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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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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낮은 곳에서 기다린다

늦봄 보슬비의 간절함이 독일붓꽃으로 피면
선큰 가든으로 성큼성큼 그대 오기를

목멘 소리로 읊조리며
연보랏빛 꽃잎 펼쳐도
접은 흔적 엷게 남아 꿈틀대는
겹겹이 새겨진 연서

쓰고 지우고
삭히고 피우며
묵묵히 그리던 애절함을
네가 읽을 수 있다면

붓으로 허공에 쓴 연서가
햇살에 날개를 펼쳤으니
가만가만 바라봐다오
불타오르는 초여름의 불꽃을

그대 한 호흡 한 걸음마다
오래도록 꽃잎 떨리나니
종일 쓰고 그려도 절절함 깊이를
한 마디도 못 한
꽃잎 속 백지 편지의 마음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석연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시와 문화』에서 시, 2015년 『시와 세계』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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