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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삶과 죽음

의류·섬유산업은 한두 번 입거나 여러 번 입는 일이 없는 이른바 ‘일회성'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옷을 끊임없이 찾는 소비 욕구와 맞물려 있다. 이는 결국 생산-제조-소비 단계에서 경제의 불평등, 부의 불평등, 역할의 불평등과 같은 불편한 관계를 낳는다. 이 불편함은 ‘시스템의 노예'로 이어진다.

서평

청바지의 삶과 죽음

-농장부터 쓰레기 매립지까지 ‘청바지 일대기'

맥신 베다,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학고재, 2024)

학고재에서 발간한 『지속 불가능한 패션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오애리·구태은 옮김, 2024.04.19)는 맥신 베다(Maxine Bedat)가 쓴 『Unraveled: The Life and Death of a Garment』(펭귄출판사, 2021) 한국어판이다. 한국어판 제목에는 ‘이의를 제기한다'는 표현을 담고 있다. 강렬한 의도를 의역해 제목으로 삼았듯이 이 책은 전 세계 의류·패션산업에 대한 강력한 비판서다.

저자인 베다는 이 책에서 미국, 캐나다, 중국, 스리랑카, 가나 등을 직접 오가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고, 주제에 맞춰 주변에 있는 관계자와 전문가를 만나 자료를 만들어 책을 집필했다. 특히 가나에 있는 칸타만토(Kantamanto)를 중심으로 한 내용은 책에서 비중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을 뿐만 이 책, 그리고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 신표준연구소(New Standard Institute)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칸타만토시장은 3만 명 이상의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달 컨테이너 500~600개에 달하는 분량의 헌옷이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중고의류 국제시장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칸타만토를 다룬 내용을 보면 ‘헌옷의 무덤', ‘헌옷의 부활', ‘헌옷의 재활용' 등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저자가 책에 본문제목으로 넣은 ‘새로운 변신', ‘새로운 뉴딜을 위한 시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산업화, 자동화, 세계화는 19세기부터 출발한 현대산업경제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공급망은 무역 개념으로 접근해서 볼 때 산업경제사회의 발달을 도와준 일등공신 중 하나다. 산업화와 자동화는 폭발적 양적 생산을 가능하게 해줬다. 세계화와 글로벌공급망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이뤄지던 ‘생산-제조-공급-소비'라는 전통적 경제구조를 환골탈태와 상전벽해를 이루도록 했다.

책에 있는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패션 산업은 철저한 불투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많은 환경 및 노동 학대를 위장하는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 내재된 파괴를 보여주는 것이고, 실제 비용에 대해 무관심하면서 계속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의류·섬유산업은 한두 번 입거나 여러 번 입는 일이 없는 이른바 ‘일회성'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옷을 끊임없이 찾는 소비 욕구와 맞물려 있다. 이는 결국 생산-제조-소비 단계에서 경제의 불평등, 부의 불평등, 역할의 불평등과 같은 불편한 관계를 낳는다. 이 불편함은 ‘시스템의 노예'로 이어진다.

의류·섬유산업은 한두 번 입거나 여러 번 입는 일이 없는 이른바 ‘일회성'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옷을 끊임없이 찾는 소비 욕구와 맞물려 있다. 이는 결국 생산-제조-소비 단계에서 경제의 불평등, 부의 불평등, 역할의 불평등과 같은 불편한 관계를 낳는다. 이 불편함은 ‘시스템의 노예'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카야예이'(kayayei, 짐을 짊어진 여자, 285쪽)를 ‘살아 있는 역사'라면서 예로 들고 있다. 특히 153쪽에 들어 있는 사진은 약 100년 전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류·섬유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맥신 베다가 쓴 『Unraveled』는 ‘청바지 일대기'를 통한 ‘해명'과 ‘풀기'다. 자본주의와 시스템의 노예에 대한 설명이다. 소비제일주의, 소비중심주의가 내뱉는 부자연스러움, 아니 불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조작된 동의', ‘오락거리'로 남아 있는 물질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저자는 또한 이 책에서 옷의 삶과 죽음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줌으로써 의류·섬유산업이 최악에서 벗어나 선순환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고 있다. 그러면서 ‘변신을 시작하자'며 책의 끝부분에서 유명인사, 회사, 소비자 등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을 위해 ‘지향 가능한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해명과 설명에 이은 풀기다.

『Unraveled』는 청바지, 그러니까 옷의 탄생과 삶과 죽음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의미와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감사의 말'을 포함해 액 340쪽에 달하는 책이지만, 읽는 것을 시작으로 저자가 바라는 바와 같은 실천하기를 낳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 ‘감사'가 될 것이다.

Maxine Bedat, Unraveled: The Life and Death of a Garment, Portfolio, June 1, 2021. Take a look at your favorite pair of jeans. Maybe you bought them on Amazon or the Gap; maybe the tag says «Made in Bangladesh» or «Made in Sri Lanka.» But do you know where they really came from, how many thousands of miles they crossed, or the number of hands who picked, spun, wove, dyed, packaged, shipped, and sold them to get to you? The fashion industry operates with radical opacity, and it’s only getting worse to disguise countless environmental and labor abuses. It epitomizes the ravages inherent in the global economy, and all in the name of ensuring that we keep buying more while thinking less about its real cost. By Amazon.com

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훼손, 오염, 유린과 착취로 뒤범벅된 청바지 잔혹사

맥신 베다 저 | 오애리, 구태은 역 | 학고재 | 2024년 04월 19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5 992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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