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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대화를 거절할까?

한반도 문제, 한국이 ‘예인선' 역할 해야

곽태환 사람과사회™ 고문

바이든 미 행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북미 간 기 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6월 17일 대화와 대결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에서 조건 없는 만남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자 김여정 부부장이 하루 만에 사실상 대미 대화를 거절했다. 그리고 리선권 외무상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다시 미국의 대화 제안 거절을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무의미한 미국과의 대화를 거절했지만 건설적인 대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본질적인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대미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인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해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조건 없는 만남에 응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명분과 창의적인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당근과 명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제안 내용이 무엇이며 북한이 거절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방안과 한국 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안을 왜 거절하는가?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리뷰를 끝내고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고 대북대화 제안을 한지 북한이 수 주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공식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17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며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화 제안에 대해 공식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6월 20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6월 21일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그 다음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6.22)에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거절한 이유는 북한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미국의 셈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 다음날 이어서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담화(6.23)를 통해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환영한다"고 하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만남을 일축하고 북한이 제안한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다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환언하면,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는 거절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제의한 대화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긍정적인 셈법을 미국이 제시해달라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대화는 미국이 북한 요구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면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인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해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의 핵심 조항은 (1) 대북제재 완화나 철회, (2)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3) 한국 정부의 첨단 전략 장비 반입 중단, (4)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한에 대한 내정 불간섭, (5)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조약) 등을 포함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조건 중 일부분이라도 수용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앞에서 살펴본 5개 항 중 일부분이라도 제안하면 대화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대화 재개의 핵심은 이번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한미훈련 중단이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첫 단초이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시기나 방법 조정도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는 카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연기나 중단을 미국이 제안한다면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게 남북·북미 대화 재개의 명분을 주게 되어 대화 재개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6.22)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며 «우리는 핵 프로그램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원칙 있는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계속돼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당장 호응하지 않더라도 외교적 접근의 여지를 계속 열어 두면서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한편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원하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을 요구하고 있어 북미 간 기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체적 제안을 할 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다고 한 것이다. 리 외무상과 김 부부장의 담화는 각각 아주 짧고 과거와는 달리 미국을 향해 맹렬히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는 의도가 선명하다고 하겠다. 북한이 하노이정상회담의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고 북미 간 확실한 대화의 결실이 이뤄질 때 북미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가 아닌 북한의 대화 조건을 일부분 수용하는 구체적인 대화를 위한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공은 다시 미국 코트에 넘어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서울에서 한미, 한미일 수석대표 대면 협의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대하는 중국의 반응은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유연한 대북 정책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대화 의지를 거론하며 성 김 대표의 방한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은 북미 회담이 다자회담인 4자회담이나 6자회담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의지에 달려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원한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담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다. 미국은 군산복합체의 강력한 압박과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일부 논객들이 미국은 단기적으로 비핵평화체제 구축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절대로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이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임을 재인식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담대한 결정을 촉구한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에서 핵전쟁 발발 개연성은 높아질 것이다. 절대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북미대화 재개가 이뤄져 핵 없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한국은 ‘견인차' 또는 ‘예인선' 역할을 해야 한다

끝으로 필자는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그리고 통일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주체가 돼야 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왔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 6위 군사 대국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다. 현존하는 한반도 주변 동북아 국제 체제는 강대국에만 의존해서는 안될 만큼 불리한 동북아 체제로 변모하고 있음을 우리는 재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할을 제안한다. 즉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선진 중견 국가인 대한민국이 견인차(牽引車, tow truck) 혹은 예인선(曳引船, tugboat)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로드맵을 만들어 미·중·북 3국의 합의를 도출하는데 예인선 역할을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곽태환(郭台煥)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학교(Eastern Kentucky University)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및 교수, 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 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등을 맡고 있다. 경남대 정치학 명예 박사(2019), 글로벌평화재단 평화상(혁신 학술 연구 분야, 2012)을 수상했다. 32권의 저서와 공저, 편저 등을 비롯해 칼럼, 시론, 학술 논문 등 300편 이상을 출판했다. 2018년 7월부터 사람과사회™ 고문을 맡고 있다.

※ 이 칼럼은 통일뉴스와 사람과사회™가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명분과 창의적인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당근과 명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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